이단들이 극성이다. 상당수 이단들은 기존 교회보다 좀 더 비성경적으로 표현하고 가르치는 데까지 나아간다. 그런데 기존 교회에서 이상한 표현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이단의 표현 방식이 ‘좀 지나치네’라고만 생각할 뿐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인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여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단이 발을 못 붙이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교회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좀 더 성경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단은 사용하는 말부터 이상하므로 기독교가 아니라는 사실이 아주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확실한 이해를 위해 세 가지 예만 들어보자.
첫째로, 교회 공동체와 그 지체인 그리스도인들은 병마(病魔), 화마(火魔)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주께서 병든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고쳐주시도록 간구하는 것은 성도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며 성경적이다. 그러나 이 때 “병마를 물리쳐 주시고…” 같은 말을 사용하면 마치 병마가 병의 원인인 것 같은 인상을 주게 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잘못 나아가면 각종 병과 이를 주관하는 귀신을 연결하는 이단의 가르침으로 흐를 수 있다. 이런 잘못을 뿌리부터 제거하려면 그리스도인들이 병마(病魔) 같은 비성경적이고 불건전한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연관해서 소위 “선포 기도”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 기도는 하나님께 아뢰는 것이지 다른 존재나 사람이 들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삼위일체 하나님과 교제하며 대화한다는 성경적 기도 개념에 충실하면 기도에 “선포”라는 발상 자체를 섞을 수 없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기도를 아무렇지 않게 드리는 이유는 종교적 행위를 할 때 성경적 기초를 분명히 하지 않거나 그저 효과만 거두면 된다는 생각에 너무 익숙해져서다. 우리는 이런 잘못된 습관과 언어 사용에서 벗어나 참으로 삼위일체 하나님과 깊이 대화하는, 진정한 기도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셋째로, 우리 가운데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느니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표현을 없애나가야 한다. 초신자들은 이런 표현을 오해하기 십상이다. 이런 경험이 없는 자신들은 이등 신자라는 의식을 계속 품게 되고 더 위험하게는 일종의 직통계시적 경험을 사모하는 신비주의자가 된다. 그러나 성경이 기록되기 이전에 계시를 주셨던 그 방식을 하나님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든 그리스도인은 명심해야 한다. 물론 오늘날도 하나님은 성도들을 인도하시며 모든 성도는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구해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과거의 계시적 방법을 사용해 지금 우리를 인도하지 않는다. 성령님은 이미 계시한 성경의 가르침을 사용해(cum verbo)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하시고, 이를 구체적 정황에 적용하여 하나님의 백성답게 판단하며 살아가게 하신다. 우리 하나님은 인간을 무시하고 강압해서 일을 이루는 분이 아니다.
모든 교회가 이 같은 일을 삼가고 주의한다면 이단·사이비 운동은 뿌리가 끊어지고, 성경적이고 성령 충만한 분위기가 우리 주변에 형성될 것이다. 종교적 언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종교적 언어를 정확히 사용하는 사람이 영적으로 성숙하고 본받을만한 신앙을 소유한 것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우리의 언어부터 좀 더 성경적으로 바르게 사용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이 진정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일 아닐까? CTK
이승구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교수이며, 저서로는 「기독교 세계관이란 무엇인가」, 「개혁신앙과 현대사상」(이상 SFC출판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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