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마와 로고스
이인규
사도요한은 예수님을 “로고스”라고 하였다. 그 이유는 로고스를 신적원리로 보는 헬라적인 배경과 로고스가 의인화가 된 히브리적인 배경이 함께 적용되었을 것으로 본다. 헬라인과 히브리인들 모두에게 “로고스”라는 개념은 각각 호소력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한국교회에는 “로고스”와 “레마”를 구별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이러한 견해는 하나 둘이 아니며, 상당히 구체적이며 추상적인 견해까지 있으며, 그들 나름대로 성경을 부분적으로 인용하여 자기 주장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은 처음에 이단으로 불리는 일부 단체에서 시작된 이론으로 알고 있으며, 이러한 주장이 지금은 정통교회로까지 보편화되어 가는 실정이다.
이러한 주장들이 나타난 이유는 (1) 성경에 없는 비성경적인 주장도 하나의 말씀으로서 인정하기 위함이며 (2) 일부 목사들의 비성경적인 주장을 하나님의 계시된 말씀과 동등한 권위로 올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로고스와 레마와 관련 다음과 같은 견해들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1) 로고스는 “하나님의 말씀”을 뜻하는데, 레마는 “나의 것이 된 말씀”(깨달아진 말씀)을 뜻한다는 주장이다. 가장 보편적인 견해가 이것인데, 소위 정통교회 목사들도 이러한 주장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으며, 또 다음과 같은 견해들도 있다.
(2) 로고스는 “하나님의 말씀”을 말하며, 레마는 “계시의 말씀”을 말한다는 주장이다.
(3) 로고스는 “생각의 표현”을 말하며, 레마는 “기록된 말씀, 말씀되어진 것”을 뜻한다는 주장이다.
(4) 로고스는 “영원토록 정해진 것”이며, “객관적인 것”이며, 즉 “일반적으로 말하는 말씀”이며, “기독교에서 말하는 말씀”이고, 레마는 “로고스보다 더 주관적인 말씀”이라는 주장이다.
대강 로고스와 레마를 구별하는 위와 같은 주장들이 한국교회에 퍼져있다. 이러한 이상한 주장들에 근거를 대기 위해 사람들은 몇몇 성경구절만을 부분적으로 인용하며, 서로 자기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필자는 성경에 나오는 레마와 로고스를 모두 찾아 일일이 검토해 보았다. 결과는? 성경적으로 레마와 로고스는 구별이 없다는 것이다.
(1) 레마도 하나님의 “말씀”에 사용된다.
롬 10:17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레마)으로 말미암았느니라.
엡 6:17 구원의 투구와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레마)을 가지라.
히 11:3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레마)으로 지어진 줄을 우리가 아나니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 아니니라.
이뿐 아니라, 마 4:4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 마 26:75 예수님의 말씀, 눅 1:37 하나님의 말씀에도 레마가 사용되었다.
(2) 레마는 일반적인 “말”에도 사용된다.
마 18:16 만일 듣지 않거든 한 두 사람을 데리고 가서 두 세 증인의 입으로 말(레마)마다 증참케 하라
마 12:36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이 무슨 무익한 말(레마)을 하든지 심판날에 이에 대하여 심문을 받으리니
요 10:21 혹은 말하되 이 말(레마)은 귀신 들린 자의 말이 아니라 귀신이 소경의 눈을 뜨게 할 수 있느냐 하더라
행 6:11 사람들을 가르쳐 말 시키되 이 사람이 모세와 및 하나님을 모독하는 말(레마) 하는 것을 우리가 들었노라 하게 하고
행 16:38 아전들이 이 말(레마)로 상관들에게 고하니 저희가 로마 사람이라 하는 말을 듣고 두려워하여
(3) 로고스는 예수님의 “말씀”에도 사용되었지만, 일반적인 “말”로 사용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마 5:37 오직 너희 말(로고스)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 좇아 나느니라
마 12:32 또 누구든지 말(로고스)로 인자를 거역하면 사하심을 얻되 누구든지 말로 성령을 거역하면 이 세상과 오는 세상에도 사하심을 얻지 못하리라
마 28:15 군병들이 돈을 받고 가르친 대로 하였으니 이 말(로고스)이 오늘날까지 유대인 가운데 두루 퍼지니라
요 4:39 여자의 말(로고스)이 그가 나의 행한 모든 것을 내게 말하였다 증거하므로 그 동네 중에 많은 사마리아인이 예수를 믿는지라
고전 1:5 이는 너희가 그의 안에서 모든 일 곧 모든 구변(로고스)과 모든 지식에 풍족하므로
고전 14:9 이와 같이 너희도 혀로서 알아 듣기 쉬운 말(로고스)을 하지 아니하면 그 말하는 것을 어찌 알리요 이는 허공에다 말하는 것이라
(4) 더욱이 로고스가 나쁜 의미의 형용사와 함께 일반적인 “말”로도 사용된 적도 있다.
엡 5:6 누구든지 헛된 말(로고스)로 너희를 속이지 못하게 하라 이를 인하여 하나님의 진노가 불순종의 아들들에게 임하나니
살전 2:5 너희도 알거니와 우리가 아무 때에도 아첨의 말(로고스)이나 탐심의 탈을 쓰지 아니한 것을 하나님이 증거하시느니라
요삼 1:10 이러므로 내가 가면 그 행한 일을 잊지 아니하리라 저가 악한 말(로고스)로 우리를 망령되이 폄론하고도 유위부족하여 형제들을 접대치도 아니하고 접대하고자 하는 자를 금하여 교회에서 내어 쫓는도다
(5) 레마와 로고스가 구별없이 함께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다음 경우는 레마와 로고스가 모두 일반적인 말로 사용된 경우이다,
마 12:36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이 무슨 무익한 말(레마)을 하든지 심판날에 이에 대하여 심문을 받으리니
마 12:37 네 말(로고스)로 의롭다 함을 받고 네 말(로고스)로 정죄함을 받으리라
다음 경우는 레마와 로고스가 모두 동일한 선포된 말씀으로 사용된 경우이다.
행 10:44 베드로가 이 말(레마) 할 때에 성령이 말씀(로고스) 듣는 모든 사람에게 내려와
이처럼 로고스와 레마는 의미가 같을 뿐만 아니라 용례에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로고스는 객관적인 하나님의 말씀, 레마는 내게 주어진 말씀 운운하는 해석은 성경을 근거로 할 수 없는 잘못된 해석이다.
혹여 내게 주어진 말씀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하나님은 개인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말씀을 주시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 때도 ‘레마를 받았다’고 말하면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그냥 깨달음을 주셨다고 하면 될 일이다. 그냥 하나님이 내게 말씀을 주셨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런데도 굳이 레마를 받았다고 하면서 로고스와는 뭔가 다른 말씀을 받은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성경적으로 맞지 않을 뿐더러 헬라어에 대한 미숙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주장이 뭔가 성경 말씀 이외에 독특한 것을 자신이 주님에게로부터 받았다는 경우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우리들은 이 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더욱 주의하고 경계해야 한다. 더 이상 레마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 말자. 그리고 받아야 한다고도 말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