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우린 류광수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
한기총이 류광수 목사를 끌어안은 이유는?
이현주 기자l승인2015.07.17l수정2015.07.17 14:14l13
전문위원 보고서 100% 수용, 그러나 해석은 완전히 ‘왜곡‘
오관석-최성규 목사 이단특위 회의 내용 공개
“개혁은 한기총 회원교단, 마땅히 교단 결정 존중해야”
“교회는 영혼구원 우선… 류광수 구원론 문제 없다”
“한기총 내부 분열 막기 위해 한교연과 통합 미룬 것”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이영훈 목사)가 끝내 류광수 목사를 안고 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연합과의 통합도 요원한 상황에 놓였으며, 물밑 접촉을 벌여온 합동과 통합 등 주요교단의 복귀도 어렵게 됐다.
한기총은 지난 16일 이단검증특별위원회(위원장:오관석 목사) 명의로 ‘한국교회에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이단특위 보고를 다시 설명했다. 지난 9일 실행위원회에서 보고된 보고서가 해석상 오해를 불러왔기 때문에 정확한 보고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단특위는 전문위원회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며 같은 맥락에서 3가지 입장을 발표했다.
첫째는 한기총에서 위촉한 각 교단 전문위원들 및 검증위원들의 검증결과 보고를 “전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한기총은 이단의 검증 및 해제에 대해, 이 문제는 각 교단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으므로 각 교단에서 결정한 사항을 존중하기로 한다. 따라서 직전 대표회장 시 행해진 이단검증 해제에 관하여 결정된 사항은 무효로 할 것을 제안한다”는 내용이다. 직전회장 홍재철 목사가 해제해 논란이 된 이단검증의 건은 전문위원 보고대로 ‘원인무효’라는 뜻이다.
마지막 항목에는 “앞으로 한기총은 이단검증이나 해제에 대한 논의는 각 교단의 몫으로 일임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한국 교계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 이단에 대해서는 교계와 연합하여 강력히 대처하며, 오직 한국교회의 화합과 일치를 위한 연합사업에 매진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문맥상으로 보면 논란의 대상이었던 고 박윤식 목사나 다락방 류광수 목사는 다시 ‘이단성’을 갖게 된다. 해제 결정이 원인무효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기총은 “각 교단의 결정사항을 존중하기로 한다”는 문구를 통해 류광수 목사를 다시 회생시켰다. 류광수 목사는 한기총 회원교단인 예장 개혁 소속이고, 개혁에서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 연합기관인 한기총이 류광수 목사에 대해 이단성 여부를 판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기총은 전문위원회와 검증위원회 보고에 따라 ‘교단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고, 개혁은 회원교단이므로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 형식과 내용만 다시 정리했을 뿐 지난 9일 실행위 결과와 똑같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류광수 목사와 “함께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 이단특위 보고서 왜 다시 냈나?
이단 특위 보고서가 일간지 광고를 통해 공개되자 언론들은 일제히 “한기총이 이단해제를 원인무효했다”고 보도했다. 이단과 선 긋기를 하면서 한교연과 통합에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 14일 열린 이단특위 회의에 참여한 위원들은 “류광수 목사의 이단성은 연합기관인 한기총이 다룰 수 없다. 그건 개혁의 몫이고 우린 개혁과 함께 간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다시 낸 이유에 대해 기하성 최성규 목사는 “개혁총회에서 마치 한기총이 다시 이단을 해제한 것처럼 광고를 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는 류광수 목사를 재검증해서 이단을 풀어준 것이 아니다. 이단규정과 해제는 지난 2000년 11차 총회에서 이미 하지 않기로 결정된 바 그동안 있었던 이단관련 결의는 모두 원인 무효다. 그런데 마치 한기총이 재검증한 것처럼 오해를 해서 다시 입장을 발표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를 다시 낸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전문위원회 결의와 다른 내용이 실행위원회에 보고됐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다.
이단특위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9일 실행위원회에 올라온 보고서는 교단 파송 전문위원들의 공식 문서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구두로 내용이 정리돼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 “전문위원회 보고서를 100% 그대로 받겠다”는 이영훈 목사의 약속도 지킬 겸 다시 보고서를 정리했다는 것이다.
최성규 목사는 “전문위원 결론을 100% 존중했다. 그 결과 우리는 이단 규정이나 해제 등 과거 결의를 원인무효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한기총이 이단 해제를 선언한 것은 월권이었다. 그래서 무효로 할 것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한기총이 이단 검증을 하지 않겠다는 과거 결의가 있었는데 지키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이 근거로 지난 2000년 한기총 제11차 총회 보고서 내용을 삽입했다. 당시 한기총은 이재록 목사에 대한 검증 요청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한기총과 같은 연합기관은 이단검증 및 해제하는 기관이 아니므로 ‘이유 없다’로 결의되었음을 확인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이 결의를 지키지 못해 한기총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유감’도 표했다.
위원장 오관석 목사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해 그동안 이뤄진 이단 규정, 해제는 모두 무효다. 그리고 이것은 한기총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전문위원회 보고서를 100%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석은 180도 달랐다. 사진= 한기총 제공 |
# 전문위원회 문맥은 수용… 해석은 180도 달라
한기총은 전문위원회 보고서를 100% 그대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성규 목사는 “보고서에 대한 이영훈 대표회장의 오해도 풀렸다”고 말했다.
전문위원회 보고서는 △전문위원이 고 박윤식과 류광수에 대한 이단성 여부를 재심한다고 해도 소속 교단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고 △모든 위원은 홍 대표회장 재임시 이뤄진 이단 해제 결정을 무효로 하는 것이 한기총 원상회복에 최선의 길이라고 의견을 모았으며 △앞으로 한기총을 비롯한 연합기관은 특별히 이단문제에 관한 한 교단이 결정한 사항을 존중하고 별도로 이단문제를 결정 또는 해제하지 않고 다만 범교단적으로 대처가 필요한 반사회적 반기독교적 이단에 대해 연합으로 대처하는 사업에 전념하는 것이 좋겠다 △결론적으로 한기총의 분열의 원인이 되었고, 통합의 가장 큰 장애가 되어 있는 한기총의 이단해제 결의를 원인 무효화하고, 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는 4가지 결론을 담고 있었다.
쉽게 말해 이단해제는 원인무효이며 연합기관은 이단검증을 하지 말고, 교단의 결의를 존중하고 반사회적 이단에 공동대처하자는 것이다.
문자대로라면, 한기총 이단특위가 전문위원 요구대로 이 보고서를 100% 수용한 것이 맞다.
그들이 다시 내린 결론 역시 이와 유사하다. 한기총의 이단 검증 해제는 원인 무효고 교단 결정에 따르며, 이단 문제는 교단의 곳으로 일임하고 한국교계가 공동대처할 이단에 강력 대응한다는 ‘문맥’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해석’은 완전히 다르다.
이단 전문위원에 포함된 8명의 위원이 ‘원인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고 박윤식, 류광수에 대한 과거 이단 결의가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다. 전문위원이 “교단의 결정을 존중하라”고 한 것은 자신들이 속한 통합, 합동, 백석, 감리교, 기성 등 한국교회 주요교단들이 내린 결의를 한기총은 연합기관으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연합이 가능하고 한기총이 정상화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런 핵심적인 내용이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자, 이단특위는 전문위원 보고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한기총은 이단해제 권한이 없으니 원인무효 즉, 류광수 목사에 대해 어떠한 판단도 하지 않을 것이며, 오직 교단(소속 교단인 개혁)의 결의만을 존중하는 것”으로 왜곡 해석했다. 문서만으로는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도록 전문위원에게 혼란을 준 것이다.
이미 이런 결론을 인지하고 있던 합동 길자연 목사는 지난 9일 실행위 보고서가 올라가기 전 “내가 속한 교단 입장과 다르다”며 특위 검증위원에서 사임했다.
# 한교연과 통합 등 한기총 향후 행보는 어떻게 되나?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과 이단특위가 류광수 목사와 함께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한교연과의 통합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합동, 침례교 등 복귀를 고민하던 교단도 “이렇게 되면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후유증은 한기총도 예상하던 바다. 오관석 목사는 “한교연과 통합을 전제로 그쪽 비위만 맞출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고, 최성규 목사는 “우리도 흠이 있고, 누구나 흠이 있을 수 있다. 이거 빼고 저거 빼면 무슨 통합이 되겠냐. 한기총도 하나가 되어서 나아가야 하는 마당에 한 사람으로 인해 분리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며 류광수 목사에 더 큰 힘을 실었다. 심지어 “통합은 일단 뒤로 미룬 것”이라며 “두 단체가 통합되면 자리가 줄어드는데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겠냐. 어차피 한교연도 마음이 없을 것이지 않냐”며 통합보다 내부 화합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최성규 목사는 지난 14일 특위 회의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최 목사는 “전문위원들이 자기들이 결의해도 교단이 안 받으면 소용없으니 재심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더라. 우리도 그 뜻을 받아들여 이단 검증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또 앞으로 한기총 내에서 류광수 목사의 활동 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류광수 목사는 소속 교단인 개혁에서 제재를 하지 않는 한 우리가 어쩔 수 없다. 그 분은 소극적인 성격인 것 같은데 나는 류 목사가 적극적으로 한기총에서 일하도록 하고 싶다. 우린 인물이 필요하다. (류광수 목사는)한기총 임원이 되도 하자가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교단에서는 여전히 ‘이단’으로 규정되어있다는 지적에 대해 “자기네 교단 회원이 아니지 않냐. 다른 교단에 가입한 사람이다. 그 교단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연합이다. 남의 교단 사람을 왜 이단이라고 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최 목사는 “교회의 목적은 영혼구원에 있다. 그 사람(류광수)의 구원론에 문제가 없다. 교회론에 문제가 발견됐다고 했는데 교회론을 가지고는 이단평가가 어렵다”며 “한기총은 장로교연합체가 아니다. 전체를 아우르는 연합체가 아닌가. 교리와 신학이 다를 수 있고 이단 판단 기준도 모두 다를 수 있다. 당연히 안고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한기총의 계속된 류광수 보호에도 불구하고 전문위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이영훈 대표회장이 100% 전문위원 보고서를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있었다. 구춘서 교수는 “한국교회의 통합을 반대하는 누군가가 모순된 내용을 자꾸 공개하는 것”이라며 공식 결의를 믿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한국교회에 드리는 글’은 이단특위 이름으로 나왔지 대표회장 명의로 발표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성규 목사는 “대표회장 이름으로 문서가 나가려면 최소한 임원회를 거쳐야 한다. 이 문서는 이영훈 목사에게 최종 보고가 된 것이다. 마지막에 명예회장 몇 명도 검수했다. 전문위원회 보고서가 빠진 최초 실행위 문서가 문제가 된다면 아마도 임원회를 거쳐 다시 이 문서(한국교회에 드리는 글)를 받을 것”이라며 다시 다뤄질 수는 있지만 원안이 바뀌지는 않음을 분명히 했다.
아직도 한기총과 기하성 일각에서는 이영훈 대표회장이 결의를 바꿔 류광수 목사와 거리두기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남아 있다. 한교연과 통합을 통해 한국교회를 하나로 결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이영훈 목사가 지속적으로 피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단특위 구성원 자체가 대표회장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점, 이들이 류광수 목사의 이단성은 우리 몫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점에 비추어 최종 결론을 대표회장 홀로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현주 기자 hjlee@igood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