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로 가겠다며 2층에서 뛰어내린 딸

  • 9월 11, 2015
▲ 수술 시 박아두었던 핀이 부러졌고 뼈 조직에 괴사가 일어나 재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신천지로 가야겠다며 2층에서 뛰어내려 대퇴부 골절을 당했던 딸. 수술 후 성치 않은 몸으로 가출까지 했다. 한 달 만에 나타난 딸의 상태는 심각했다. 수술 시 박아 두었던 핀은 부러졌고 뼈 조직에 괴사가 일어났다. 결국 재수술을 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되었지만 절뚝거리며 회복 중인 딸의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아직 18살밖에 되지 않은 딸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설문조사에서 신천지 성경공부로

신천지에 빠진 A와 가족은 모두 무(無)신앙자였다. 아무래도 신천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A는 수도권의 한 지역에서 ‘설문조사로 접근해 성경공부로 유도’하는 전형적인 신천지 방법에 의해 포교 되었다. A의 어머니는 “딸이 어느 순간부터 밤늦게 들어왔다. 공부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내 딸이 신천지에 빠졌다고?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딸의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A가 신천지에 빠졌어요.” 친구는 A에게 이끌려 신천지 센터로 들어가던 중 “여기는 신천지입니다”라고 시위하는 신천지 피해자를 만났다. 친구는 피해자를 통해 출입하는 곳이 신천지 센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A의 어머니에게 알렸던 것이다.

어머니는 “사이비 단체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시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접해서 알고 있었다. 내 딸이 그런 단체에 빠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황당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신천지인의 피드백

가족들은 A가 신천지에 빠진 사실을 안 날부터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A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A와 가족들은 안산과 구리에 있는 이단 상담소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A는 신천지인으로부터 이메일을 통해 피드백을 받은 상태였다.

A를 포교했던 신천지인 윤모씨는 이메일을 통해 “일단 00이가 납치됐다고 경찰서에 신고할 테니 경찰서에 가게 되면 종교의 자유가 있고 개종교육에 안 데리고 간다는 서약을 해줘야 집에 들어가겠다고 해야 해”, “신천지 안가면 그만이니까 상담받으러 가지 않겠다고 나 너무 힘들다고 엄마가 이러면 나 너무 힘들어서 지금 심장이 너무 아프고 귀도 너무 아프고 소리 난다 머리가 때질 것 같다. 눈도 너무 빠질 것 같고 가족이 나한테 계속 이러면 나는 더 힘들어서 신천지 아닌 다른 곳이라도 찾아갈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그만하자고 하고 교육받지 마”, “가장 좋은 거는 교육을 받게 될 시에 그 교육 받기 싫은데 못나가게 한다고 ‘본인이 신고’하면 된다고 해!!”라고 행동지침을 알렸다.


2층에서 뛰어내려 대퇴부 골절

출·퇴근 식의 상담이 한 달 정도 이뤄졌지만 이미 피드백을 받은 상황에서 상담이 원활하게 이뤄질 리 없었다. 신천지에 대한 열망이 컸던 A는 집에서 기회를 엿보던 중 2층에서 뛰어내렸다.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대퇴부 골절상을 입었다. A는 절뚝거리며 신천지로 갔지만 신천지에서는 A가 미성년자인 탓에 수술을 위해 어머니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 A는 수술후 열흘 정도 입원했다. 이후 집에서 회복하며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산하 구리상담소(소장 신현욱)에서 상담을 받았다.

한편, A의 가출 과정에서 A를 도왔던 인물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당시 CCTV에는 A를 택시에 태워 보내는 한 여성의 모습이 찍혔다. A는 지나가던 사람에게 집에서 학대를 받고 있어 도망쳐 나왔으니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줬을 뿐이라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거짓 간증 들통 나자 다시 가출

A는 다시 구리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았다. 이번엔 회심 간증까지 했다. A는 간증을 통해 “내가 그렇게 무서운 집단에 있었다는 것을 상상하기도 싫다”며 “초대교회의 많은 의인들 덕분에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었다.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가족들은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 A는 회심 간증까지 하며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A의 거짓말이었다. 모두를 감쪽같이 속였다. 상담소는 회심 간증까지 했지만 상담을 끝까지 받지 않는 등 조금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던 A를 주목하고 있었다. 신현욱 소장은 A를 불러다 놓고 면담을 했다. A는 자신이 아직 신천지인라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리곤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


병세 악화되어 나타난 딸

부모는 갑자기 사라진 A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딱 한번 잘 있다는 연락만 받았을 뿐 수술 부위는 잘 회복되었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 심지어 어디에서 누구와 지내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아는 것이 있다면 미성년자인 딸이 신천지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한 달을 보냈다.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딸은 잘 지내고 있지 않았다. 수술 시 박아두었던 핀이 부러졌고 뼈 조직에 괴사가 일어났다고 했다. 모 병원에서 수술 날짜까지 잡은 상태였다. A의 어머니는 “도대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왜 미성년자인 내 딸의 소식을 신천지인들을 통해 들어야 하느냐?”라고 답답해했다. A는 재수술받고 집에서 회복 중이다.


▲ A는 재수술을 받고 집에서 회복 중이다.

A의 어머니는 “누가 꽃다운 나이의 아이 다리에 긴 칼자국을 2번씩이나 내게 만들었나”라고 한숨 쉬며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이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다정다감한 아이였는데 너무 달라져서 내 아이가 아닌 것 같다.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말한다.

책임지지도 못할 미성년자를 기망해 포교하고 자신들의 교리를 세뇌시킨 사이비 신천지. 신천지는 영생을 준다고 미혹했지만 육체적 질병 앞에선 신천지가 아닌 부모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 A의 현실이었다.


조믿음 기자 jogog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