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의 미스터리… 다락방 이단 해제인가 아닌가?(아이굿뉴스)

  • 7월 09, 2015

한기총의 미스터리… 다락방 이단 해제인가 아닌가?

전문위원 보고서와 이단특위 보고서 완전히 달라

이현주 기자l승인2015.07.10l수정2015.07.10

          

 

   

▲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이영훈 목사)가 지난 9일 제26-1차 실행위원회를 열고 류광수 목사에 대한 ‘이단 해제’ 결의를 존중하겠다는 이단검증특별위원회(위원장:오관석 목사)의 보고를 그대로 받았다.

실행위 결의 무효화 하지 않으면 한국교회 한기총 외면 불 보듯
한기총 내부 류광수 지지세력 견고한 카르텔 … 개혁은 가능할까
이단특위 보고서에 이어 개혁 부총회장 한기총 공동회장 임명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이영훈 목사)가 지난 9일 제26-1차 실행위원회를 열고 류광수 목사에 대한 ‘이단 해제’ 결의를 존중하겠다는 이단검증특별위원회(위원장:오관석 목사)의 보고를 그대로 받았다. 사실상 류광수 목사는 이단이 아니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며, 그가 속한 개혁교단을 한기총 회원으로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한기총은 이날 류광수 목사가 속한 개혁측 부총회장 김은복 목사를 한기총 공동 부회장에 임명하며, 류 목사에 힘을 실어 주기까지 했다.

# 조작된 이대위 보고서… 전문위원은 결국 들러리?

실행위원회가 끝난 후 기자 브리핑을 가진 한기총 윤덕남 총무는 “오늘 채택된 이단검증특별위원회 보고서는 전문위원 보고서를 100%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위원은 이영훈 목사의 요청에 따라 각 교단이 파송한 위원으로 기침, 기감, 기하성, 그리스도교, 예장 백석, 통합, 기성, 한국조직신학회 등 8명이다.

한기총 이단특위는 “전문위원들이 직전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재임시 이루어진 이단 해제 결정을 무효로 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류광수 목사에 대해 각각 ‘이단성이 있어보인다’, ‘예의주시’, ‘이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 서로의 엇갈린 입장을 주장하며, 근본적으로 소속 교단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음을 밝혔다”고 보고했다. 이어 “결론은 원인무효라고 하면 좋겠지만 류광수 목사 검증의 건에 대하여 재론하지 않기로 하며, 각 교단의 입장을 존중히 여기기로 결정하다로 내렸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대로라면 전문위원들이 류광수 목사 검증을 포기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어 특위는 “류광수 목사를 재심할만한 추가적인 자료가 없다고 판단, 자문위원 중 반대도 있었으나 기존 본회에서 류광수 목사에 대해 결의하였던 결의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 ‘앞으로는’ 이단 문제에 있어 각 교단의 검증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했다. 류광수 목사에 대해서는 한기총 결의를 존중해 이단이 아님을 재천명하고, 앞으로는 교단들의 뜻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류광수 목사에 대한 이단 해제를 분명히 하기 위한 자리에 교단 전문위원들까지 동원한 셈이 됐다.

이 소식을 들은 전문위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문위원회 보고서와 완전히 다른 내용이 채택됐기 때문이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전문위원 위촉식 석상에서 “전문위원들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했으며, 그 결의를 100% 존중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작 한기총 이단특위 보고서는 전문위원 결정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면서 졸지에 8명의 전문위원을 ‘이단옹호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전문위원회 보고서는 류광수 목사 이단해제 결의를 무효로 하라는 내용이 주된 골자다. 지난 6일자로 연서명된 전문위원 보고서는 “홍재철 대표회장 재직 당시인 2013년 이단으로부터 해제된 (고 박윤식, 류광수)의 이단성 여부에 대해 3차에 걸쳐 조사, 연구, 토의하여 다음과 같이 보고한다”며 4가지 결정을 기록했다.

첫째, 대부분의 위원들은 위 양인의 이단성 여부에 대해 재심한다 해도 소속 교단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둘째, 따라서 모든 위원들은 홍재철 전임 대표회장 재임 시에 이루어진 모든 이단 해제 결정을 무효로 하는 것이 한기총을 원상회복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셋째, 앞으로 한기총을 비롯한 연합기관은 특별히 이단문제에 관한 한 교단이 결정한 사항을 존중하고, 별도로 이단문제를 결정, 또는 해제하지 않고 다만 범교단적으로 대처가 필요한 반사회적, 반기독교적 이단에 대해 연합으로 대처하는 사업에 전념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넷째, 결론적으로 본 위원회는 한기총의 분열 원인이 되었고, 통합의 가장 큰 장애가 되어 있는 한기총의 이단해제 결의를 원인 무효화하고, 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4가지 결정을 담고 있는 전문위원 보고서 핵심은 한기총 이단 해제의 ‘원인무효’ 즉, 고 박윤식, 류광수 목사는 각 교단 결의에 따라 이단성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한기총이 이단해제를 무효화 하지 않는다면, 분열을 치유할 수도 한교연과 통합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담았다.

이 보고서는 100% 그대로 받는다는 전제 아래 특위에 전달됐다. 그런데 전문위원 결정과는 정반대의 보고서가 이단특위를 통해 올라온 것이다.

#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기자 브리핑에서 윤덕남 총무는 “전문위원 보고서를 100% 수용했다”고 말했다. 오늘의 결론이 전문위원 결론과 다르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사실은 보고서와 달랐던 것이다.

한기총 실행위 소식을 접한 전문위원 구춘서 교수(한일장신대, 예장 통합 파송)는 “전문위원들 중에 류광수 목사를 옹호하는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 이단해제 원인무효가 우리 결정이었다. 100% 그대로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한 한기총의 말을 믿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반문했다.

구 교수는 “우리의 보고서가 기습적으로 왜곡되고 조작돼 한기총 실행위에서 통과됐고, 이를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하게 했다. 이는 한기총이 스스로 개혁하고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가져올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위원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한 위원은 “전문위원 회의에서는 류광수 목사를 다시 이단으로 결의하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반대가 심했다. 전문위원들은 교단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이었고, 교단의 결의를 존중하는 것이 연합기관이 할 일임을 분명히 했다. 원인무효 결정은 전문위원들의 강력한 의지였다”고 설명했다.

전문위원들 주장대로라면 한기총은 보고서를 왜곡하고 조작했다. 심지어 류광수 목사에 대해서는 과거 결의를 존중하는 것을 넘어 “위원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기독론이나 구원론 등의 신학 근본사상에 대해서는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교회론에 있어서 약간의 이견이 있었으나 이단성을 논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옹호하는 내용까지 포함시켰다. 이단특위가 얼마나 류광수 목사를 의식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문장이다.

전문위원 반발이 알려진 후 한기총 내부에서는 “대표회장은 몰랐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영훈 목사는 구춘서 교수와 전화통화까지 하면서 전문위원 달래기에 나섰다. 전문위원 보고서를 직접 보지 못했고, 누군가 구두로 전문위원 결론을 왜곡 보고했다는 것이다. 책임자 징계 등 조치를 밟을 것이라고도 했다고 전해진다.

# 법적 효력은 실행위 문서… 이영훈 목사, 실행위 다시 열까

대표회장의 결재를 거쳐 임원회와 실행위원회에 연속 통과된 이단특위 보고서 내용을 이영훈 목사가 인지하지 못했을리 없다. 하지만 전문위원들은 이단특위 책임자들이 전문위원 보고서를 왜곡 보고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증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어떠한 결론이 나도 그대로 존중하겠다”는 이영훈 목사의 말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위원들은 이영훈 목사가 책임있는 후속조치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구 교수는 “전문위원 보고서를 왜곡한 실무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범죄행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행위원회를 다시 소집해 특위 검증보고 결의를 무효화하고 전문위원 보고를 추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이와 같은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한기총은 물론 이영훈 목사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이영훈이라는 한국교계의 중요한 자산을 잃고 싶지 않다”는 완곡한 당부도 남겼다.

결국 열쇠는 다시 이영훈 목사에게 쥐어졌다. 한기총이 책임자를 문책하고 실행위 결의와 다른 보도자료를 내는 것으로 전문위원 결의가 살아날 수는 없다. 최종 법적 효력은 대표회장의 말이 아니라 실행위에서 통과된 문서에 있기 때문이다.

한기총이 이탈한 회원교단들을 복귀시키고 한교연과 통합을 선언하고자 한다면, 류광수 목사를 다시 한 번 내쳐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전문위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도 있었지만 기회를 놓쳤다. 한기총 내부에 류광수 목사를 옹호하는 인사들이 생각보다 견고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광수 목사는 올초까지만 해도 한기총 공동회장이었고, 심지어 9일 실행위원회에서는 개혁총회 부총회장을 한기총 공동부회장으로 임명했으니 그 교단이 갖는 위치는 한기총 내에서 상당한 것으로 확인된다.

류광수 목사가 속한 개혁총회는 현재 한기총 내에서 기하성 여의도 다음으로 큰 교단이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3년 이단해제 이후 한기총 각종 사업을 후원하며 성실하게 회원으로 활동해왔다. 이단 재검증 소식을 접한 개혁측은 수차례 반발하며 불쾌감을 표했다고 한다. 전문위원 회의에서 한기총 배석 인사들은 공공연히 개혁측의 이탈을 우려하며 심리적 압박을 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전문위원은 “당시 한기총의 분위기가 류광수 목사를 보호할 것처럼 보여서 더더욱 최종 결론에 ‘원인무효’를 강조했다”며 “결국 짜여진 판에 교단 신학자들을 들러리 세운 것이 아니냐”며 분노를 표했다.

이단특위 보고서를 폐기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둘 경우, 한기총은 다시 이단 문제에 발목을 잡혀 예상했던 개혁을 실현하기 어렵다. 회원교단 복귀도, 한교연과 통합도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다.

구춘서 교수는 “한기총의 개혁과 연합기관의 통합을 바란 교단 전문위원들의 꿈은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며 “한기총은 전혀 바뀌지 않은 채 과거 모습 그대로를 가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기총이 책임감 있는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구 교수의 탄식은 한국교회의 탄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기총의 복잡한 내부 구조와 해묵은 정치가 이영훈 대표회장의 발목을 잡고 한기총을 더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